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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종로 빌딩 지하에 작게 머무는 '벌새' 드립커피 전문점 (내돈내먹)

by 푸르스트 202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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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경희궁 부근은 조금 특이합니다.

 

이곳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주말이 되면 오히려 유동인구가 적고 조용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회사가 많고, 대사관이 많기 때문일까요? 평일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데 말이죠.

 

그리고 이곳은 음식점이 많은 것에 비해 작고 조용한 커피점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카페 '벌새'는 이 부근의 특성상 아주 소중한 장소였습니다.

 

 

 


종로 빌딩 지하에 작게 머무는 드립커피 전문점

지도를 켜놓고 인적 드문 길을 걷다가 한 빌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층에 큰 카페가 있었지만, 제가 찾던 카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을 두리번대는 저를 경비 아저씨가 수상하게 쳐다봤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혹시 "벌새... 어디 있나요?"

 

벌새를 찾는 행인이라... 질문만 보면 무슨 동화 속에서 살아가는 정신이 조금 이상한 성인 같습니다.

 

그런데 경비 아저씨는 주저 않고 지하로 내려가라면서 비상구를 가리켰습니다.

 

나만큼 이상한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이곳은 이상한 종로의 빌딩이구나... 저는 인사를 꾸벅하고 비상구로 향했습니다.

 

불 꺼진 음식점, 허름한 지하를 구석구석 누볐습니다. 오래전 지어진 건물은 구조가 아기자기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건축 마감재의 선택은 개성을 표현합니다. 역시 오래됐지만 느낌이 좋습니다.

 

그런데 지하를 아무리 둘러봐도 불꺼진 가게들만 있지 카페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 숨은 거야! 벌새!!

 

 

어딘가에서 클래식이 흘러옵니다. 귀를 쫑긋 열고 소리에 귀를 기울여 위치를 찾아갑니다.

 

아! 저깄다! 벌새!

 

벌새는 화려한 간판도 자신을 소개하는 스티커도 없습니다. 단지 손으로 쓴 글자 하나가 벽에 붙어있을 뿐입니다.

 

 

이 작은 카페 안에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벌써 손님이 꽉 차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남은 자리에 찾아가 앉았습니다.

 

벌새는 드립커피 전문점입니다. 커피는 잘 모르지만 머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주인분이 커피를 직접 내려주시는 거 같습니다.

 

 

실내에서는 클래식이 계속 흐릅니다. 숲 속에서 음악을 듣는 기분입니다.

 

책장에는 수많은 앨범이 꽂혀있습니다. LP와 CD가 보입니다.

 

어디서 공수해 오셨는지 예쁜 잔이 보입니다. 장식을 가져와 꾸민 것이 아닌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사장님이 제가 주문한 커피를 내려주시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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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으로 주변을 둘러봅니다.

 

전등 스위치를 일반적인 것으로 하지 않고 기계 장치(?)에서 쓰는 거 같은 것으로 선택하셨는데 센스가 돋보입니다.

 

 

많지 않은 조명이지만, 천장에 달린 조명 빛의 형태가 천장에 무늬를 새기니 아름답습니다.

 

숲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같습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빛이 내려오는 걸까요?

 

 

각 테이블에는 작은 잔에 나무 한그루 그림이 꽂혀있습니다. 귀엽지 않나요?

 

벌새라는 새의 콘셉트를 이어나가는 사장님의 세심한 아이디어가 재밌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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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커피가 나왔습니다. 

 

저는 비엔나 커피를 시켰습니다. 날씨가 여전히 더워서 당충전이 필요했습니다.

 

비엔나커피에 올려진 크림과 커피를 동시에 흡입합니다. 이곳의 크림은 정말 맛있습니다.. 추천!!

 

 

조금 마시다보니 커피 위에 올려진 가루의 모양이 재미나게 변했습니다.

 

벌새, 벌새, 나무, 벌새... 콘셉트 속에 있으니 모든 것이 그 콘셉트를 따라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벌새는 작은 카페라 회사원분들이 출근하시는 평일에는 자리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리가 많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몇 분 앉아 있어보니 생각보다 회전율이 빨랐습니다. 손님분들이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는 복잡한 도시 속에서 잠시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려고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뭐, 회사원분들은 바로 업무를 보러 복귀하셔야 하기 때문에 카페에 오래 머무르시려고 하지는 않으시겠죠?

 

이 근처에서 드립커피 카페를 찾으신다면 이곳 '벌새'를 꼭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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